“가상자산 규제 공백의 종언, 이제 ‘집행’이 아닌 ‘전략’의 시대다” : 가상자산 세무·회계의 권위자, 세무법인 KNP 김상문 대표세무사를 만나다
복잡한 글로벌 규제의 흐름을 가장 명확하게 짚어내는 김상문 세무법인 KNP 대표세무사를 통해 2026년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텍스 리터러시(Tax Literacy)’와 가상자산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을 심도 있게 파헤쳐 보았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회색 지대'를 벗어나 제도권의 명확한 질서 속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2026년 SEC와 CFTC의 공동 지침 발표는 단순한 규제 정립을 넘어, 기업들에 새로운 생존 방정식과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었습니다. 특히 SAB 121 폐지와 스테이킹의 증권성 제외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상자산 세무 전문가이자, 복잡한 글로벌 규제의 흐름을 가장 명확하게 짚어내는 김상문 세무법인 KNP 대표세무사를 통해 2026년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텍스 리터러시(Tax Literacy)’와 가상자산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을 심도 있게 파헤쳐 보았습니다.
Q1. 최근 발표된 SEC·CFTC의 공동 지침을 두고 ‘집행을 통한 규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하셨습니다. 이번 변화가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CEO들에게 주는 가장 큰 실질적인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핵심은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SEC가 소송을 걸고 나서야 "이건 증권이었다"고 사후적으로 판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하는 사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조차 사전에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번 공동 지침은 최초로 자산의 유형별 분류 체계를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성'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산을 부여한 겁니다. 저는 2022년 세무사신문에 「가상자산과 세금」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화폐, 금융투자상품, 일반상품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고, 이에 걸맞은 정의와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그 첫걸음을 뗀 것이고, 한국도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Q2. 가상자산을 5개 범주로 분류한 것이 핵심인데, 특히 비트코인·리플 등을 ‘디지털 상품’으로 명시한 것이 시장에 어떤 유동성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십니까?
이것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자본의 댐'을 여는 열쇠입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상품'으로 확정되면 증권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고,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집니다. 실제로 SAB 121이 폐지되고 SAB 122가 등장하면서 은행이 가상자산을 수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는 전통 금융의 거대한 유동성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수문이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블록체인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강조했듯이, 이러한 분류 체계의 확립은 가상자산이 '투기 대상'에서 '제도권 자산'으로 격상되는 분수령입니다.
Q3. "자산 자체보다 파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된 자산이라도 마케팅 문구 하나에 ‘증권’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리스크, 기업들은 어떤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할까요?
이것이 이번 지침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상품도 '수익을 보장합니다', '투자하시면 원금 이상의 가치를 돌려드립니다'라는 식의 마케팅을 하면 그 순간 증권으로 재분류될 수 있습니다. 하위(Howey) 테스트의 핵심은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이익을 기대하는가'인데, 마케팅 문구 하나가 이 요건을 충족시켜 버리는 겁니다. CEO들께 드리는 실무 조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마케팅 문구에 대한 법률·세무 사전 검토를 의무화하십시오. 둘째, 토큰 판매 시 '유틸리티'와 '투자' 프레이밍을 명확히 분리하십시오. 셋째, 글로벌 판매를 한다면 각 관할권의 규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Q4. SAB 121 폐지와 SAB 122의 등장이 은행권의 수탁 사업 진출에 물꼬를 텄습니다. 이것이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SAB 121은 은행이 가상자산을 수탁할 때 이를 부채로 인식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은행의 가상자산 사업을 원천 봉쇄하는 규정이었죠. SAB 122로의 전환은 이 족쇄를 풀어준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KB국민은행이 빗썸과,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하는 등 은행과 거래소의 파트너십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빗썸 오지급 사태 등의 영향으로 계약 조건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미국처럼 즉각적인 기관 자금 유입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한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아직 단계적으로만 허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CARF(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가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국제적인 과세 인프라도 갖춰지므로, 기관 투자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셈입니다.
Q5. 스테이킹을 '기술적 활동'으로 보아 증권 거래에서 제외한 결정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세무상 비과세나 이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기업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해는 무엇입니까?
가장 위험한 오해는 '증권이 아니면 세금도 없다'는 착각입니다. 스테이킹이 증권법 적용에서 제외된 것과 과세 여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IRS의 Revenue Procedure 2025-31은 스테이킹 보상에 대한 세이프 하버를 제공했지만, 이는 상장 ETP와 그랜터 신탁에 한정됩니다. 일반 법인이 이를 자신에게도 적용된다고 오해하면 심각한 세무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한국의 경우 2027년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스테이킹으로 받은 보상도 기타소득으로 과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세무사신문 연재에서 정리했듯이, 가상자산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되며 다른 소득과 통산이 불가합니다. 이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Q6. 에어드랍이 '금전의 투자'가 아니기에 증권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무적으로는 여전히 복잡한 이슈가 남아있을 텐데, 기업 입장에서 에어드랍 마케팅 시 고려해야 할 세무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에어드랍은 '금전의 투자'가 없으므로 증권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무적으로는 무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이전받는 행위이므로 증여세 이슈가 발생합니다. 기획재정부도 가상자산 평가 규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행위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증여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에어드랍을 실시할 때는 수령자별 과세 의무 안내, 원천징수 가능 여부 검토, 그리고 글로벌 에어드랍 시 각국 세법상 과세 시점과 평가 방법의 차이를 반드시 사전에 분석해야 합니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과세에 포괄주의 도입을 검토 중인 만큼, 에어드랍·스테이킹 등 모든 소득 유형이 과세 그물 안에 들어올 것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Q7. Revenue Procedure 2025-31(IRS)이 일반 기업이 아닌 '상장 ETP와 그랜터 신탁'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일반 법인들이 이 세무적 혜택을 오독했을 때 겪게 될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입니까?
Revenue Procedure 2025-31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만 적용됩니다. 일반 법인이 '스테이킹 보상의 과세 시점을 처분 시까지 이연할 수 있다'고 잘못 해석하면, 보상 수령 시점에 소득을 인식하지 않아 과소신고에 해당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과소신고 가산세가 최대 75%까지 부과될 수 있고, 한국에서도 법인세법상 순자산증가설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법인의 모든 이익에 법인세가 과세됩니다. 최악의 경우 본세에 가산세와 이자까지 더해져 원래 납부할 세금의 두 배 이상을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세이프 하버'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적용 범위를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7-1.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은 세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인식에 대해 세무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도 함께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명확히 바로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가상자산은 세금이 없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법인은 순자산증가설에 의해 현재도 과세 대상이고, 상속·증여나 중개·채굴 등 사업적 활동 소득도 모두 과세됩니다. 유일하게 과세되지 않는 것은 개인투자자가 가상자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뿐인데, 이것도 2020년 세법 개정으로 규정된 후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된 상태일 뿐입니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상황이죠. "주식은 세금이 없는데 코인만 내나"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해외주식은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국내주식도 대주주는 양도소득세를 내며, 일반 투자자도 증권거래세를 부담합니다. 코인 투자 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코인거래세를 내야 형평이 맞지만, 이보다는 소득세 형태가 합리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소득도 금융투자소득세로 통합되어 주식이든 코인이든 하나의 체계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8. 세무법인 KNP는 급변하는 가상자산 규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기업의 자문을 맡고 계십니다. 타 세무법인과 차별화되는 KNP만의 ‘가상자산 전담 솔루션’의 핵심 역량은 무엇입니까?
저는 삼성과 여러 커리어를 통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세무사로 전환한 후에도 IT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놓지 않았습니다. 한국세무사회 회계솔루션개발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세무 분야의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파악했고, 그 연장선에서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 클래스에 대한 세무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왔습니다. 세무사신문에 6회에 걸친 「가상자산과 세금」 시리즈를 연재하며 비트코인부터 이더리움, NFT, DeFi, ICO/DAO까지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을 세무적 관점에서 체계화했고, 블록체인투데이에도 해외금융계좌신고, 가상자산예치금 이자소득 과세, 벤처기업 인증, CARF, SEC·CFTC 분류 체계 등 핵심 이슈를 지속적으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KNP의 차별점은 '기술을 이해하는 세무사'가 '규제의 최전선'에서 기업에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Q9. Clarity Act가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의 행정 해석만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CEO들이 ‘확실성’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은 언제로 보십니까?
위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행정 해석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힐 수 있고, 입법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2026년 2분기에 CLARITY Act의 의회 논의가 본격화되고, GENIUS Act(스테이블코인 법)는 이미 서명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방향성 자체는 확고합니다. CEO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입법 완료를 기다리며 관망하되, 준비는 지금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규제가 확정된 후에 대응하면 이미 늦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부 세무·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놓는 기업이 입법 이후 가장 먼저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
Q10. 2026년, 가상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CEO들에게 "이것만큼은 반드시 체크하라"고 당부하고 싶은 '세무·규제 체크리스트' 세 가지만 꼽아주신다면?
첫째, '자산 분류의 자기 진단'입니다. 우리 회사가 취급하는 가상자산이 디지털 상품인지, 증권인지, 스테이블코인인지를 명확히 분류하십시오. 이 분류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와 세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째, 'CARF 대비 체계 구축'입니다. 2027년부터 48개국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가 자동 교환됩니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도 국세청이 모두 파악하게 됩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점검하고, 거래 기록을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셋째, '전문가 네트워크의 선제적 확보'입니다. 가상자산 세무는 세법, 자본시장법, 특금법, 국제조세가 교차하는 복합 영역입니다. 문제가 터진 후에 전문가를 찾으면 이미 늦습니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공정한 세금을 위해서는 그 사업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