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경계를 허물다: 글로벌 문화 영토를 확장하는 ‘문화 외교의 아이콘’, 권은정 위원장

K-컬처의 경계를 허물다: 글로벌 문화 영토를 확장하는 ‘문화 외교의 아이콘’, 권은정 위원장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지금, 그 중심에는 콘텐츠를 넘어 '문화의 길'을 닦는 설계자가 있습니다. 글로벌문화교류위원회(GCC) 권은정 위원장은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코리안 시즌'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K-콘텐츠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기능하도록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과 한국의 고전적 가치를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그녀. CEO투데이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문화로 세계를 잇는 '퍼스트 무버' 권은정 위원장을 만나 한국 문화 예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물었습니다.

Q1. 최근 영국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서울아츠어워즈’와 ‘코리안 시즌’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하신 소회와 함께, 위원장님이 보신 현지의 열기는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내년이면 80주년을 맞이하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한국문화예술이 선보인 건 채 30년이 되지 않습니다. 1999년 난타의 진출은 민간의 열정적인 도전이 이뤄낸 훌륭한 성과이며, 2015년부터 지난 십년간 진행해 온 ‘에든버러 코리안시즌’은 ‘믿고 보는 한국문화예술 플랫폼’으로 70개국 관객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과거의 우리는 세계 무대에 ‘초대받기 위해’ 애썼지만, 지금의 우리는 주체로써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8월, 세계 최대의 축제에서 ‘코리안 시즌’은 연일 매진행렬과 기립박수, BBC, Times, Herald, Scotsman 등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확고한 글로벌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서울아츠어워즈’ 또한 한국의 문화수도 서울의 이름으로 64개국 3,800개 작품 중 베스트 퍼포먼스를 선정/수상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글로벌 문화예술의 흐름을 설계하는 주체로 전환된 중요한 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리안 시즌

서울아츠어워즈

Q2. 글로벌문화교류위원회(GCC)를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민간 주도의 문화 교류’가 가진 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글로벌문화교류위원회는 ‘사람’에 집중합니다. 

‘축제는 사람으로 완성된다. 축제의 기획은 우리가 그려낸 시간과 공간이 사람으로 채워진 완성형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된다’고 작성한 축제 에세이 ‘페스티벌 피플’의 첫 단락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연결성과 지속성. GCC는 문화예술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 교류 구조를 만드는 미션을 수행합니다.

민간 주도의 문화 교류는 우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에 속도감있는 실행력과 유연성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성공학의 대가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 ‘신뢰는 가장 비싼 자본으로 거래 속도를 빠르게 하고 거래 비용을 낮춘다’고 저술되어 있습니다. 5단계의 신뢰도 중 가장 높은 단계는 ‘말 한마디로 일이 진행되는 단계’이며, GCC가 문화예술분야에서 꾸준히, 성실히, 묵묵히 일하며 쌓은 신뢰의 힘은 프로젝트에 가속을 붙입니다.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이 그러하였고, 에든버러 코리안시즌과 애들레이드 코리안시즌이 그러하였으며, 80개국 300여개 도시 초청 공연이 모두 우리의 5단계 신뢰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문화교류가 가장 큰 자산이자 경쟁력입니다.

Q3.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세계 시장에서 한국 문화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체감하시나요?

과거의 K-콘텐츠가 일부 마니아층의 이색적인 취향이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 주류 문화의 표준(Standard)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왔어? 중국에서 왔어?’, ‘한국? 한국도 공연을 만들어?’라는 질문을 받으며 해외 초청 공연을 다녔습니다. 이제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던 ‘한국사람이냐?’고 먼저 묻고 반가움을 표합니다. 언어의 장벽은 무너졌고, 넷플릭스나 빌보드 차트에서 1순위 콘텐츠가 되는 게 당연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든 장르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 시대의 세계적 관심을 잘 활용하여 공연예술, 전통 기반 콘텐츠까지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우고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Q4. 해외의 축제, 프로덕션, 아티스트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끌어내는 위원장님만의 ‘네트워킹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4대륙 문화예술 관계자로 구성된 글로벌문화교류위원회의 발기문 도입부는 ‘우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이라고 시작됩니다. 저는 여기에 ‘친절’ 한 스푼을 얹었습니다. 함께 하는 이들에게 시간을 들여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왜 가고 있는 지, 이해시키는 노력이 사람을 얻고 시간을 버는 가장 좋은 길임을 경험으로 깨달았기에, 친절한 말과 배려 깊은 행동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선물 같은 사람들을 인생에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Q5. 반짝 흥행이 아닌, ‘연속성 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일 텐데, GCC가 가진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요?

민간 주도의 결속은 유연하고 강력하지만, 그만큼 시대의 파고를 온몸으로 맞서야 하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를 멈춰 세운 팬데믹, 예상치 못한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인종 차별, 정쟁으로 번지는 문화적 이슈와 헤이티즘(Hate-ism)까지…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교류의 현장이 늘 평화롭지만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우리의 연결을 끊으려 할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더욱더 긴밀한 문화교류가 필요합니다. 축제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단절되고 혐오가 고개를 들 때,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예술'이며, 그 장(場)이 바로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GCC의 차별화된 전략은 정교한 비즈니스 로직 이전에 '인간 존엄에 대한 신뢰'와 '연대의 힘'에 있습니다. 

2년전 출간한 책에 작성한 축제에 대한 저의 생각이 조금의 변화와 흔들림도 없기에, 책의 내용을 공유드립니다. 

“모두를 위한 축제는 서로의 벽을 허물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담아내며,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과 해법을 다룬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해해야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축제에서 성장했고, 그 성장이 멈추지 않길 기도한다.”

Q6. 문화 예술은 감동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가치 창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화와 관광, 교육을 잇는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GCC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GCC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관광과 교육, F&B, 파티 등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글로벌 문화 경제 생태계'를 설계합니다. 예술의 감동이 소비로 이어지고, 그 수익이 다시 소비자에게 우수한 콘텐츠로 제공되는 ‘선순환 문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축제 기반의 '머물고, 즐기고, 배우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축제 방문으로 유입된 국내외 관광객이 서울에 머무는 고부가가치 관광 모델을 창출하며, 국제 교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여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문화예술 인프라와 연계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점진적으로 확장하여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 시티를 만듭니다. 관광객이 유입되고, 인재가 양성되며,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통합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여 진정한 예술과 비즈니스의 조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Q7. 많은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추진력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위원장님 스스로는 어떤 리더가 되고자 하십니까?

1999년 '난타'와 함께 에든버러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움직인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펍(Pub)에 모여 잔을 기울이며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쌓는 그 찰나의 마법 같은 순간들이 모여,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7년이 한국의 우수한 문화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발신'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이에 더하여, '서울아츠어워즈'를 통해 검증된 세계 최고의 수상작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축제의 장을 여는 진정한 ‘상호 교류’를 완성하려 합니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세계 시장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을 때 기꺼이 돛이 되어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문화의 나침반이자,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예술가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단단한 운동장을 만들어 모든 구성원이 성취로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자 합니다.

Q8.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난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위기의 순간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무대는 예측 불허의 연속입니다. 두바이 모래폭풍과 볼리비아 고산병, 칠레 사기극, 스코틀랜드,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이란,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당면했던 사회, 문화, 종교적 이슈 등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이 같은 경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게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의 경험이기에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뒤를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게 됩니다. 1947년 시작된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수많은 세계적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만이 예외였죠. 국경이 닫히고, 그 누구도 미래를 계획할 수 없던 그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축제 관련 에세이를 완성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저를 일으킨 건 역시나 축제를 함께 만들어 온 '사람'이었습니다. 축제의 동지들과 영상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우리의 연대는 그 어느때보다 단단해졌습니다. 단절의 시대에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탄생하였고, 이후 하이브리드형 축제를 기획/운영하였으며, 글로벌문화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준비로 '서울아츠어워즈'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예기치 못한 난관은 늘 찾아오지만, 진심으로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Q9. 문화 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도 중요합니다. GCC가 구상하고 있는 교육 분야의 교류는 어떤 모습인가요?

문화 예술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고, 그 핵심은 '글로벌 문화 교류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언어를 이해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낼 수 있는 실무 담당자, 기획자, 운영자들입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현재는 K-콘텐츠가 세계의 중심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와 외교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GCC는 4대륙의 축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실전형 교육'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우리가 보유한 국제 교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여 교육 콘텐츠로 유통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고의 축제 디렉터들과 우리 청년 기획자들이 호흡하는 인턴십이나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문화적 문해력'을 갖춘 차세대 문화 외교관들을 배출하고 싶습니다. 서울이 아시아의 문화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와 연대하며 기획을 이어갈 글로벌 인재가 필요합니다. 

Q10. 올해 남은 하반기와 내년에 계획 중인 GCC의 주요 프로젝트나 새롭게 타겟팅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의 시선은 4대륙의 문화를 품어 낼 서울을 향하고 있습니다. 올 8월 에든버러에서 진행하는 ‘제4회 서울아츠어워즈’로 국가를 대표하는 우수한 콘텐츠 IP를 추가로 확보하고, 4대륙 축제의 베스트만을 모아 선보이는 ‘베오페(BEST of FEST)를 서울에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헝가리, 네델란드, 뉴질랜드, 덴마크의 수상작을 서울에 모아 국내외 관객에게 최고의 축제 경험을 선물하려 합니다. 

아시아 대표 축제의 시작입니다. 한국의 문화수도 서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전 세계의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함께 성장하는 곳, GCC가 그리는 가장 가까운 미래입니다.

Q11.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문화적 문해력(Cultural Literacy)’이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 CEO투데이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화적 문해력(Cultural Literacy)은 단순히 예술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타자의 정서와 시대의 결을 읽어내는 가장 고도화된 경영 지능입니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공감’이며, 그 공감의 언어가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적 문해력이 높다면 숫자로 보이지 않는 시장의 맥락을 짚어내고, 신뢰 기반의 팬덤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비즈니스의 강력한 엔진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3월 21일, BTS의 컴백무대가 광화문에서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동시 송출된 빅 이벤트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보다 2~3배 높은 경제 효과를 이뤘다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화는 가장 강력한 외교이자 가장 세련된 경영 전략입니다. 기업의 가치에 문화적 서사를 입히고,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문화의 길 위에서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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